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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혀 안 깨물었냐”…피해자 2차 가해한 수사기관·재판부들 ‘걸림돌’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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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두원 댓글 0건 조회 528회 작성일 25-02-0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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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성저혈압 치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가 지난 24일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인권 보장의 ‘디딤돌’과 ‘걸림돌’이 된 수사, 판결을 선정해 발표했다. 걸림돌 선정 사례들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왜 필사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냐”고 물은 수사기관 등 가해자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거나 피해자 인격을 침해한 것들이다. 디딤돌로는 가해자 혀를 깨물어 옥살이한 최말자씨에게 60년 만에 재심의 길을 열어준 재판부 등 9개 사례가 선정됐다. 특별 디딤돌에는 성폭력 피해자에 연대한 ‘곡성군 죽곡면 삼태마을’이 뽑혔다. “강제 키스에 왜 혀 깨물지 않았냐”는 재판부 등 ‘걸림돌’ 선정 피해자에게 “왜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냐”고 한 검찰과 재판부는 걸림돌로 선정됐다. 전주지방검찰청 정읍지청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필사의 저항’을 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직장 상사로부터 주거침입 후 강간을 당한 피해자는 수사 과정에서 검사로부터 “강제로 키스했을 때 왜 혀를 깨물지 않았냐” 같은 질문을 들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도 강간 사건과 관련해 “극도로 거부하며 격렬히 저항했다면 피해자의 몸에 반항의 흔적이 남아있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합의1부도 가해자의 집에서 성폭력을 당한 사건을 두고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관계를 시도하면서 행사한 유형력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가슴 부위를 손으로 밀쳐 바닥에 눕히고 한 손으로 어깨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는 것이 전부”라며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수사기관이 가해자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봐 걸림돌로 선정된 사건들도 있었다. 영등포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2팀은 피해자가 약 반년간 교제한 남성으로부터 강간, 폭행, 폭언 등을 겪은 사건과 관련해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있었다는 것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성폭력을 당한 후 자살로 피해자가 죽음에 이른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을 심문하면서 사망한 피해자가 유혹했다는 식으로 발언을 해 걸림돌로 뽑혔다. 검사는 피고인을 심문하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오빠’라고 부르며 적극적으로 신체 접촉을 했기 때문에 성관계를 하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장애인 피해자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은 재판부도 걸림돌로 선정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1부는 아동 및 장애인 진술 분석 의견서, 담당 수사관 등이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평가했는데도 피해자의 진술이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기억 내용에 대한 출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해치는 증거만을 채택한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1-3부도 걸림돌로 선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은 재판부도 걸림돌이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는 미성년자 의제 강간 등 재판 증거 조사 중 방청객을 퇴정 조치하지 않은 채 피해 영상물을 재생해 2차 피해를 일으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법원 3부는 휴대전화로 영상통화 중 상대방의 나체를 휴대전화 녹화 기능으로 촬영, 저장해 유포·협박한 사건을 무죄로 봤다. ‘촬영’을 물리적인 신체를 대면하여 직접 촬영한 것으로 한정한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인지 감수성’의 의미를 퇴색시킨 판결도 선정됐다. 대법원 2부는 자폐성 장애인이 저지른 강제추행 사건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는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나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해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전성협은 “해당 판결로 인해 마치 2018년의 ‘성인지 감수성’ 판례가 깨진 것으로 오독하여 이미 여러 하급심 판결에 인용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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